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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습작6

All I Want for Christmas Is... 머라이어 캐리 그리고 크리스마스 오늘 아침, 쌀쌀한 겨울 공기를 뚫고 동네 트래킹에 나섰습니다. 휴일의 고요함 속에서,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귀에는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흘러나오며, 마음은 갑자기 1994년의 겨울로 돌아갔습니다. 그때 그 시절, 군 입대를 앞두고 강남역을 거닐며 친구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던 그 순간들이 떠올랐죠. 이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사실, 머라이어 캐리와의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을 생각하게 해요. 2010년 코엑스 아셈타워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옥상 주차장에서 퇴근하려다 잠시 회사로 돌아가야 했던 그날,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그녀를 마주쳤죠. 선글라스를 낀 작은 체구의 외국 여성, 당시엔.. 2023. 11. 19.
조식 변천사 까페 베르체(BERCE) 아침의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순간, 하루의 시작이 알려진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따뜻한 아침 식사는 하루의 기운을 전해주곤 했다. 아버지와 나누었던 그 소중한 시간들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결혼과 함께 생활 패턴은 변했다. 바쁜 아침, 잠 몇 분을 더 자고자 하는 마음이 커져, 집에서의 아침 식사는 점차 멀어졌다. 그렇게 맞이한 조용한 새벽, 혼자만의 시간은 작은 행복이 되었다. 아내와 아들의 달콤한 잠자리를 방해하지 않으며, 나만의 20분을 즐긴다. 조용히 집을 나서는 그 순간, 아침의 고요함을 온전히 느낀다. 때론 이런 아침 시간이 외로워 보일 때도 있지만, 그것은 나만의 특별한 시간이다. 출근길에는 또 다른 기쁨이 기다린.. 2023. 11. 18.
버드나무집 갈비탕 서초동 버드나무집 갈비탕 오늘 오후 예술의 전당 근처에 위치한 한 오래된 갈비집에서 오랜 지인들과 함께 점심을 나눴습니다. 이곳의 갈비탕은 그동안 맛본 것 중에서도 가격에 걸맞은 양과 맛으로 놀라웠습니다. 우리 일행은 일찍 도착해 다행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식사 후에는 이 갈비탕을 맛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이 갈비집은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15년 전, 이 근처 오피스텔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었죠. 임신한 아내와 저녁 산책을 하며 이 갈비집을 지나칠 때마다, 항상 손님이 많아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그때, 만삭의 아내와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들과 함께 다시 이곳을 찾자고 웃으며 약속했었습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2023. 11. 16.
불편한 크리스마스트리 크리스마스트리 AT COEX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도시를 깨우던 그날, 출근길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코엑스몰의 웅장한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숨을 고르며 서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바라본 트리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환상적이었습니다. 갑자기, 마음 한편에 스며들어 온 생각은 우리 모두가 어릴 적 꿈꾸던 첫사랑의 달콤함처럼, 각자의 마음속에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이상화된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에게 크리스마스트리는 언제나 푸르고, 32평 아파트 거실 천장을 채울 만한 아담한 크기이며, 불완전함 속에서도 화려함을 뽐내는 전구들과 장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아래엔 가짜 선물박스들이 무심히 흩어져 있죠. 그러나 오늘 마주한 트리는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과는 완전 달랐습니다. 시간의 .. 2023. 11. 15.
가디건 사이즈에 대한 고찰 가디건 (AMI) 최근 날씨가 추워져 명품 플랫폼 앱을 통해 캐시미어 가디건을 구매했다. 대범하게 사이즈에 신경 쓰지 않고 늘 하던 대로 난 105니까 사이즈 XL을 골랐다. 오늘 새벽 출근 착용! 이 가디건이 나에게는 거의 포근한 텐트 같았다. 아... 사이즈가 너무 크네. 이때부터 오늘 오전 내내 '가디건 사이즈'에 대한 고찰이 시작되었다. 태그를 이미 뜯어버려 교환은 글렀고, 이 상황을 어찌할까 고민하던 중, 인터넷에서 구세주 같은 글을 발견했다. '오버핏 가디건이 유행이라고?' 아, 이제 이 가디건은 내 스타일의 최전선이 되었네. ㅠㅠ 이 사건은 마치 나에겐 결혼생활을 연상시킨다. 처음에는 완벽해 보이던 결혼 생활도 때때로는 너무 큰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2023. 11. 15.
아들과 울산바위 강원도 울산 바위를 보며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어제 같던 어린 시절의 아들이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어간다니, 마음이 참 뭉클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후,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시절, 우리 가족은 설악산 울산바위 근처 콘도로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어제인 듯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세상은 불확실해 보였고, 아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깊었죠. 하지만 울산바위 앞에서, 걱정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인생이 결국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희망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코로나를 극복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도 앞으로 마주할 모든 도전을 용감하게 이겨내길 바랍니다. 저는 아들에게 든든한 울산 바위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2023. 11. 13.